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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브스코리아 선정

10년 후가 더 기대되는 유망작가 25인 “전은숙 작가”

 

식물로 이중적 동시대 풍경을 담는다

전은숙은 인공적이고 형광적인 색채로 넓적하면서도 미끈거리는 굵은 터치와 함께 화면을 풍요롭게 구성하는 그림을 그린다. 화려한 색채로 구사하는 넓적한 터치와 가끔 등장하는 형태는 서로 동등하고 균질한 균형을 이룬다. 작가는 동시대 동년배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사회와 자신의 관계를 정체성을 통해 탐구한다. 그러나 정치적, 사회적인 개념을 뚜렷하게 드러내지는 않는다. 도시환경 안에서 생육하고 있는 연약하고 병든, 그러나 예쁜 존재감으로 장식적 성격이 강한 식물을 주로 그리고, 잔치나 장식을 다루는 장소, 그것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이 작품소재다.

그녀는 작가노트에서 “식물을 작업의 소재로 가져왔다. 약자로서 살아가는 생존법과 자본주의 사회에서 적당한 거리에 문화적∙사회적 문제를 숨긴 채 역할이 장식된 관상읭 쓸모없음으로 오직 시각적 용도로만 대신한 모습이 껄끄럽고 눈에 거슬린다. 그리기의 대상으로서 관능적인 끌림과 죄책감이 동시에 파고든다. 미끄러지는 풍경에서 도덕과 취향은 이렇게 분리되고 얽히며, 사회적 관계로 포장해놓은 것과 함께 사유하게 만든다”라고 밝힌다.

<몬스테라, 트로피칼, 카멜리아, 2017>은 밝은 하늘색 계열과 밝은 산호색으로 크고 갈라진 몬스테라의 잎을, 연두계열 색으로 관상용 열대식물의 잎을 부드러운 톤으로 터치한 배경 안에서 조화롭게 그린 작품이다. 실내 조명 아래에서 식물이 주는 장식으로서만 병약함을 감춘 채 매력적인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다. 이전작업에서 보여준 무중력적이고 초현실적 느낌은 인공적 색채로 대치되면서 약간 남아 있다. 도시환경 안에서 병약한 식물은 30대의 예민한 작가를 대변한다. 전은숙은 보편성 안에서 예민한 자신과 닮은 실내식물의 이중적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연미을 갖고 장식과 화장의 인공성도 연계해 표현한다. 그녀의 회화는 개념과 철학이 우선적인 현대미술 안에서 회화가 갖는 조형성으로 신선하면서도 날것이란 새로운 시각적 우위성을 갖는다.

최근작 <한복집 쇼윈도의 십장생과 아파트 연구, oil on canvas, 180cm x 460cm>는 도시의 중산층에 속하며 평범하게 살아가면서 아파트 앞에서 혼수를 준비해주는 한복집 쇼윈도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작가는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여러 집단 간의 서로 다른 가풍이나 결혼식에서 벌어지는 세레모니 앞에서 장식이 어떠한 장치로서 기능하고 있는지를 이미지로 표현하고 싶다”고 하고 “카페나 상업 공간 안에 식물이 비추어진 풍경이 맺힌 쇼윈도와 밖에는 가로수가 심어져 있어 심미적인 부분과 편의성을 가진 중산층 욕구의 부산물로서 동시대적 풍경을 그리고자 한다”고 했다. 그녀만의 노랑, 분홍, 파랑 등 인공적인 가벼운 색채, 비정형적 형태, 높이와 관점이 다른 요소를 혼합해 그린 그림은 그동안 대중매체에서 나온 감정이 빠진 냉쳘하고 객관적인 고급회화도 아니고 어수룩한 B급 정서의 작품도 아닌 새로운 감각과 조형성을 보여준다.

Forbes Korea ㅣ MARCH 2018 (VOL.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