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잉아트는 2025년 5월 27일부터 6월 19일까지 카일라 윗(Kayla Witt), 애니 던컨(Annie Duncun), 김서연, 문은채 그리고 임선희 작가의 단체전을 선보인다. 《Sugar Breaks Silence》라는 전시 제목에서 연상되듯, 작품들은 반짝이고 정교하지만 그 이면에는 말해지지 않은 다양한 감정이 숨겨져 있다. 전시는 그 감정의 막을 깨뜨리고, 달콤함 너머에 숨어 있던 진실한 목소리들을 수면 위로 불러낸다.
카일라 윗(Kayla Witt)의 작업은 고요하고 정적인 정물처럼 보이면서도 감정의 급류를 지닌다. 금낭화(Bleeding Heart)의 상징적 의미를 활용하여 사랑과 상실 사이의 복잡한 감정을 탐구한다. 아름답지만 곧 시들 운명의 꽃은 관계의 이면과 감정의 파열을 조용하지만 뚜렷하게 드러낸다.
애니 던컨(Annie Duncun)은 여성의 몸과 관련된 일상적인 사물들을 탐구하고, 이를 통해 신체의 자율성, 여성성, 자기 인식, 욕망을 다룬다. 우리의 내면 깊숙한 갈망이 지닌 취약성과 마주하며, 갈망하고 애쓰며 때로는 실패하는 인간의 쓰고도 달콤한 본성을 기념한다.
김서연은 디지털 시대의 ‘진실’과 ‘가짜’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시각화한다. 오늘날 우리는 스크린 속 수많은 이미지들을 접하며 그 진위성을 검토하게 되었다. 작가는 스크린 속 오브제들을 현실의 감각을 일깨워주는 물건들을 함께 배치하여 화면 너머의 실체가 허상이 아님을 증명한다.
문은채의 작업은 찰나의 순간이 주는 감각과 정서를 오롯이 붙잡으려는 시도다. 회화는 마치 냉장고처럼 그 순간을 저장하고, 차가운 감각을 거쳐 신선한 여운을 남긴다. 찰나의 순간이 주는 덧없으면서도 간절한 평화를 표현한다.
임선희는 밀란 쿤데라의 소설에서 출발한 ‘키치’의 개념을 통해 인간 존재의 이중성과 내면의 갈등을 시각화한다. 고전 정물화를 차용한 작가의 작품은 도자기, 꽃, 과일 등 전통적인 오브제를 통해 삶의 가벼움과 무게, 진실과 가짜, 아름다움과 덧없음 사이의 긴장을 담아낸다.
전시는 달콤한 표면이 부서지는 순간에 대해 말한다. 유혹적인 이미지 아래 숨겨진 진실, 외면하고 싶었던 감정, 들키고 싶지 않았던 욕망이 부서진 파편 사이로 흘러나온다. 그러나 위태로운 모습이 깨진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부서짐은 곧 새로운 서사를 시작할 수 있는 틈이 되며, 침묵을 깨뜨린 자리에 또 다른 이야기가 자라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Sugar Breaks Silence》는 그 깨짐의 순간을 응시하고, 그로부터 피어나는 또 하나의 가능성을 제안한다.
∙ 전 시 명 : Sugar Breaks Silence
∙ 참여작가 : Annie Duncan, Kayla Witt, 문은채, 임선희, 김서연
∙ 전시기간 : 2025년 5월 27(화) – 6월 19일(토)
∙ 전시장소 : 도잉아트 서울시 서초구 남부순환로 325길 9 B1 (11:00-18: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