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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잉아트는 2026년 4월 21일부터 5월 23일까지 김시종 작가의 개인전 《순간과 순간 사이 The Space Between Moments》을 개최한다.

김시종 작가는 디지털 콜라주를 통해 시간의 단위를 해체하고 재조립한다. 각기 다른 시점에 촬영된 이미지들, 동시에 존재할 수 없는 사물들, 그리고 서로 다른 생의 주기를 지닌 꽃들이 한 화면 안에서 다시 배치된다. 이 과정은 17세기 네덜란드 정물화의 전통을 환기한다. 당시 화가들이 실제로는 함께 존재할 수 없는 계절의 꽃들을 한 화면에 구성했듯, 작가 역시 현실의 시간 질서를 따르지 않는다. 여기에 조선시대 민화의 자유로운 시점과 원근과 비례를 유연하게 다루는 감각이 더해지며, 그의 화면은 하나의 ‘구성된 자연’이자 ‘사유된 풍경’으로 확장된다.

전시에 등장하는 정물들은 시간의 서로 다른 상태를 시각화한다. 검은 배경 위의 대상들이 응축된 시간의 밀도를 드러낸다면, 밝은 배경 속 이미지들은 흩어지고 확장되는 시간의 흐름을 암시한다. 이 상반된 시간성은 하나의 화면 안에서 충돌하지 않고 공존하며, 생명과 정지, 생성과 소멸 사이의 경계를 흐린다. 꽃은 피고 지는 순환 속에 있지만, 그의 화면 안에서는 특정한 순간에 귀속되지 않은 채 ‘머무는 상태’로 존재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의 작업은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넘나든다. 사진 위에 만들어진 이미지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여러 순간이 겹쳐져 다시 구성된 장면이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의 순간을 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간들이 쌓여 만들어진 하나의 세계를 마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