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잉아트는 4월 6일부터 28일까지 이지은, 이슬아, 이마리아 작가가 참여하는
여행은 불안한 걱정들을 유예시켜주고 후회들은 살며시 덮어주는 묘약으로, 지루한 일상에서의 탈출을 도모한다.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은 인류를 호모 비아토르, 즉 여행하는 인간으로 정의하는데 「여행하는 인간, 호모 비아토르」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여행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그러다 코로나라는 전례 없는 위기를 맞기도 하였지만 우린 멈추지 않고 일상에서 여행을 찾았다.
메일 마주하던 콘크리트 빌딩 숲 풍경을 여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익숙했던 나의 하루에 오감을 더욱 예민하게 발동시킨다. “서랍 속에 반듯하게 개어 말아 둔 깨끗한 속옷”을 보며 소확행을 느낀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우리들도 일상 속에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찾아냈다. 어느 누군가는 집을 꾸미기 시작했고, 몸을 만들기도 했으며, 자기만의 루틴을 만들어 지켜 내기도 하고, 엉뚱한 레시피의 요리가 유행처럼 퍼지기도 했다. 새침한 고양이에게 치근덕거리고, 따뜻한 강아지와 체온을 나누는 소소한 일상들, 우리에게 여행이 되었다.
이지은 작가는 그림을 그리면서 자유와 치유 그리고 작은 재미들을 원한다고 말한다. 작품 속의 인물과 동물들은 작가가 겪었던 삶과 연결되어 있고, 안식처를 찾아서 여행을 떠난 모습을 담아내어 우리에게 치유의 시간을 선사한다.
이슬아 작가는 도시에 집중한다. 빼곡한 콘크리트 사이 도시인이기에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내는 건 작가에게 가장 흥미로운 것이었다. 매번 같은 시간에 강아지 열댓 마리를 산책시키는 사람, 이불을 둘둘 말아 빨래방에서 주말을 보내는 사람을 동시에 발견하기도 하고, 누구와도 말하고 싶지 않아 혼자 침대에 누워있으면서도 핸드폰에 기대는 사람, 별을 그리워하면서도 도시의 빛을 쫓는 사람. 저마다의 이유를 가진 이들이 도시 속에 흐른다고 말한다. 그녀가 따뜻하게 바라보는 도시의 풍경을 보고 있자면 우리의 일상도
어느새 여행이 되어있다.
이마리아 작가는 외국 타지에서 나그네처럼 살았던 청소년기와 20 대를 추억한다. 어릴 적부터 삶 자체가 여행이라고 여기던 작가는 코로나로 인해 자유롭게 돌아다니지 못하게 되면서부터 일상의 풍경을 여행자의 마음으로 보기 시작했다. 매일 삶 속에서 스치는 장면들과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은 자연도 여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작은 즐거움을 보여준다.
세 명의 작가는 따뜻한 색감과 감성, 애정 어린 관찰자의 시선으로 소중했던 짧은 순간들을 포착해낸다. 여행지에서의 일상, 일상 속의 여행을 보여줌으로써 우리들의 평범한 하루 속에서도 호모 비아토르, 여행하는 인간임을 다시 한번 느껴본다.